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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행위

books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어렸을 때는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특별히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책을 읽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었다. 사막에 던져진 사람이 물을 갈구하는 것처럼 글씨를 먹고 자랐다. 남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도 하며 닌텐도를 할 때 나는 책을 읽었으며 그 덕분에 체력이 부족한 히키코모리 너드로 자라게 되었다.

이에는 어떠한 긍정적 의미도 부정적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도 해본 사람이 잘하고 운동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것처럼 나는 눈이 읽고 뇌가 상상하는 작업에 통달한 어른이 되었고, 사실 대부분 어른들은 독서를 아주 좋은 것으로 보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똑똑해지거나 지혜로워지는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컴퓨터를 접하게 되자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니까 조금씩 아쉬워졌고 과거처럼 다독하는 시절이 그리워졌다. 내가 이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는 딱 하나다. 먹은 글씨들을 조금 더 느리게 까먹기 위해.

책에 대해서 하나하나 독서록을 쓸 수 있는 여유도 기력도 없다. 대신 책에서 잊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조금씩 필사해 보려 한다. 책을 읽을 때 어떠한 이유에서든 다시 찾아보고 싶은 구절은 살짝 모퉁이를 접어놓는다. 이곳은 그런 것들을 모아놓는 곳이다.